부천아동심리상담센터_아이 같은 부모, 어른스러운 아이 괜찮을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딸아이는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참 의젓해요. 집안일이나 엄마를 돕는 일도 시키지 않아도 잘해요. 주위에서는 그런 아이를 보고 참 착하다며 칭찬을 많이 해요. 사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부부싸움이나 다른 여러 집안문제로 어른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봐와서 그런가 싶어 미안하기도 해요. 가끔은 어른인 제가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보다 이 어린아이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서 막연하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걱정된다는 연락을 들었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수업시간에도 멍하게 있으면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고요. 그리고 또래보다 좀 더 어린 모습이 많다고 하셨어요. 집에서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 제가 아이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이 문제가 될까요? 그러면 아이도 성숙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부모화란 무엇일까요?
아동상담 시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아이'를 만날 때가 있어요. 많은 경우에 이런 역할을 강요받거나 혹은 아이 스스로 알아서 그런 역할을 자처하기도 해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보살피는 아이를 부모화된 아이(parentified child)라고 하고, 부모와 자녀의 역할이 전도되어 자녀가 오히려 부모를 보호하고 위로하는 상태를 부모화(parentfication)이라고 해요.
#능력 밖의 책임감은 아이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자신의 연령에 맞는 발달과업의 수행을 어렵게 해요.
부모화된 아이는 가족 내에서 자신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지나친 책임감, 능력, 자율성 등을 발전시킬 수가 있어요. 부모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자녀는 정서적, 지적, 신체적으로는 부모의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역할이나 책임감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경우 대부분 자신들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그 자녀가 아이로서 가지고 있는 욕구와 서로 상충될 수 있으며, 이러한 요구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는 달성할 수 없을 때도 있어요. 결과적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되며 아이가 달성해야 할 다른 측면의 발달과업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성을 가지게 돼요.
물론 어느 정도 역할의 역전은 정상적일 수 있고,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부모와 자녀 사이에 발달의 경험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가족으로부터 자녀의 조력은 인정받아야만 하며, 한정된 기간 동안에만 역할의 전이가 이루어져야 해요.
#아이를 돕는 첫걸음은 아이가 스스로의 생각과 느낌을 말할 수 있도록 조금씩 도와주세요.
사례의 아이의 경우도 문의해주신 내용으로만 살펴보면 가정 내의 어려움으로 인해 아이의 나이에 맞지 않은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과 상담해보면 아이에게 직접 강요를 한 적이 없으며 아이 스스로 책임감을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세요. 특히 어린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시기이므로, 자신만 잘하면 가정이 다시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러나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도외시하고 부모의 욕구에 대해 강박적인 배려심을 가지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가족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심각한 정신건강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어요.
부모화된 아이의 경우, 겉으로는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본인에 대한 생각, 느낌, 의견 등을 물어보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해야 하니까요, 부모님이 그러면 좋아하니까요, 착한 게 좋은 거잖아요'와 같은 말을 많이 해요. 심지어 본인이 힘들다는 정서적인 지각도 어려워하기도 해요. 이러한 어려움은 또래관계에서 친밀감 형성을 어렵게 하고 피상적인 관계에만 머물게 되어 대인관계에서 소외감을 겪게 되기도 해요. 아동기에 자신에 대해 지각하는 경험을 쌓아두지 않으면 자아정체감을 형성해야 하는 청소년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지금부터 아이가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알아주시고 도와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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