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다섯 살 여자아이이고, 유치원을 다니고 있어요.
제가 "오늘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냈어?"라고 물어보면, "몰라"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답답해서 "왜 몰라? 무슨 일 있었어? 엄마한테 말하기 싫어?" 등등 다른 질문을 해보지만 아이는 그냥 짜증을 내면서 모른다고만 답해요.
그래서 저는 혹시 유치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혹시 내 아이가 유아 사춘긴가? 하는 별별 생각이 다 들어요.
보통 여자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엄마한테 다 말한다고 하던데 왜 저희 아이는 다 모른다고 대답하는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우리 아이는 왜 그러고 저는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부모라면 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별일은 없었는지 많은 부분들을 알고 싶어 해요. 그런데 아이가 다 모른다고 대답하면 부모는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 '혹시 유치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나한테 뭘 숨기나?' 이렇게 생각하실수도있지요.
우리 아이 왜 그러는 걸까요?
첫 번째로는 언어 표현 능력의 부족이에요.
3~4세보다는 5~6세가 훨씬 언어 발달도 잘 되고, 표현하는 말의 양과 질이 달라지긴 하지만 아직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을 정리해서 말로 표현하는 작업이 아이에겐 어려울 수 있어요.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주제나 놀이에서는 자발적인 언어 표현이 이루어지니 쉽게 말할 수 있으나 위의 경우(엄마 질문에 대한 대답)는 그 질문에 내가 생각을 정리해서 답해야 하는 부분이라 어려울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의 부족이에요.
혹시 우리아이가 산만하진 않은가요? 엄마가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머릿속으로 정리해서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 생각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잘 안될 경우 결국엔 '몰라' 이렇게 대답해요. 아이는 유치원에서 많은 일과들을 소화해내는데, 그것을 어떻게 정리해서 말할지 어려울 수 있어요.
세 번째로는 아이의 관심사가 아닐 경우예요.
엄마의 질문 "오늘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냈어?"라는 질문은 엄마가 알고 싶어 하는 엄마에겐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아이에겐 엄마만큼 큰 관심사가 아닌 하나의 일과일 수 있기 때문에 '모른다'라고 대답하거나 '그냥'이 정도로 답하는 경우도 많아요. 또한 유치원에서 평소와 똑같이 지냈을 경우, 특별하게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사건이 없는 경우 저렇게 대답할 수도 있어요.
네 번째로는 부모의 반응 문제로 두 종류가 있어요.
1.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반응
아이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 적이 있는데 혹시 훈계하듯이 반응하지는 않으셨나요?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매우 활발하게 놀다가 혼난 일을 말하면서 선생님이 밉다고 표현했는데, 'ㅇㅇ이가 떠드니깐 선생님한테 혼났지.'라던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지.'라는 말을 들었다면 아이는 '엄마가 내 마음을 몰라주고 혼내네.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거절당하는 느낌과 함께 엄마와의 대화를 회피하게 될 수 있어요.
2. 부모가 과도하게 물어보는 반응
부모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해서(단순 호기심)또는 아이가 혹시 유치원에서 친구와 싸울까 봐 또는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이 돼서 아이에게 위의 질문(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냈어?)라고 물어보게 돼요. 그런데 아이가 대답을 잘하지 않으면 "왜 몰라?", "왜 무슨 일 있었어?", "엄마한테 말해 봐" 이렇게 계속 질문을 쏟아내시진 않으셨나요? 이럴 경우에도 추궁당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고, 대답을 회피하거나 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어요.
그럼 부모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알아볼까요?
먼저, 부모가 먼저 자기 이야기를 꺼내요.
부모가 먼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뭐가 재밌었고, 화나는 일도 있었고, 심심한 일도 있었고.. 등등 이렇게 부모가 다양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다 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꺼낼 수 있어요. 또한 직접적인 유치원 이야기보다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활동이나 장난감, 친구 등의 이야기를 가볍게 던지면서 대화하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유치원 활동이나 장난감, 친구 등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돼요. 그러나 조급해하진 마세요.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한다고 아이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진 않을 수도 있어요. 이후에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이면 부모는 아이의 말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어야 해요.
다음으로, 질문의 방식을 바꿔봐요.
우리 어른들도 오늘 뭐했는지, 뭐 먹었는지 등등 일방적으로 계속 질문을 받게 되면, 불편하고 유쾌하진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또한 언어 표현이 어렵거나 산만한 아이한테는 '어떻게'라는 표현의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질문이 너무 포괄적이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이럴 땐 질문을 단순화하는 것이 좋아요. "오늘 유치원은 재미있었어?" 또는 "유치원에서 미술 활동은 어땠어?"처럼 긍정적인 부분을 물어보거나 특정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더 좋아요. 만일 아이가 유치원에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가 궁금하다면 이는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아보시는 것이 더 좋아요.
마지막으로, 아이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공감적인 반응을 해주세요.
아이들은 반응을 먹고산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정말 사소한 이야기도 부모가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들어야 자신의 이야기하는 것을 신나 해요. 아이가 부모가 잘 모르는 놀잇감 이야기를 하루 종일 늘어놓아도 " 또 그 이야기야? 넌 그 놀잇감이 질리지도 않니?"라는 반응보다는 "우리ㅇㅇ이는 그 놀잇감이 정말 재미있었나보다! 이렇게 계속 이야기 할 정도면 진짜 재밌었나본데!" 이런 반응을 해주셔야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신나게 계속 할 수 있어요. 만약 유치원에서 떠들어 혼났던 이야기를 꺼냈을때 부모는 "우리ㅇㅇ이 ㅁㅁ이랑 노는 게 많이 재미있어서 선생님 말씀을 못 들었나 보다!"라고 먼저 공감적인 반응을 해주시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