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게 문제야. 지금 아이한테 이걸 시키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괜히 엄마들이랑 경쟁이나 붙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몇 장 되지도 않는 아이의 학습지 숙제 좀 꼼꼼하게 빠짐없이 함께 해보라고 했더니 남편의 돌아오는 대답이에요. 남편에게 부탁한 이유는, 아이가 아빠랑 풀면 틀린 문제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 점검 좀 하면서 풀어달라고 말한 거였죠. 아이가 학습지 선생님과 수업을 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몇 장 되지도 않는 숙제를 시키면서 그것 좀 힘들다고 아내를 공부시키겠다고 아이를 무턱대고 잡는 그런 엄마 취급하다니. 생각해보니 더욱 열 받더라고요. 나도 일하고 본인도 일을 하는데 아이 일에는 왠지 나만 더 열을 내는 거 같고, 뭔가 억울하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요.
이럴 때면 머피의 법칙처럼 주말에 시댁 행사가 있어요. 시어른들은 우리 상황도 모르고 이런 저런 부탁을 하시고, 부모님은 나이가 들어가시니 젊은 우리들에게 이런 부탁을 하신다는 것을 이해하지요. 그렇지만 바쁜 와중에 꽃바구니도 미리 주문해야 하고 몸도 마음도 지치죠. 아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는 길 잊지 않고 꽃집에 전화주문을 해요. 남편은 오늘도 본인 좋아하는 운동하고 출근했겠지? 내가 일이 많을 때는 화장실 갈 틈도 없다는 것을 알까? 주말에는 아이랑 조용한데 놀러 다니고 나도 쉬고 싶은데, 이 모든 심적인 고통이 남편에게 투사되면서 남편이 정말 얄미워지곤 해요. 저녁에 들어오면 쌩하니 말도 안 하고 말 시키면 대답도 하지 않아야겠다는 소심한 복수를 꿈꿔봐요.
부부심리치료의 대가 존 가트먼 박사는 3,000명 이상의 부부대화를 연구하여 어떤 부부가 이혼을 할지 어떤 부부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할지를 연구 했어요. 매우 흥미롭게도 가트먼 박사는 부부의 대화를 10분만 관찰하면 그 부부가 이혼을 할지 안 할지는 예측했다고 해요! 심리학을 전공하기 전에 공학도였던 가트먼 박사는 부부의 대화 패턴을 과학적으로 오랜 기간 연구하여 분석해냈으며 90% 이상의 확률로 부부의 이혼 여부를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가트먼에 따르면 부부가 일상 속에서 나누는 사소한 대화가 그 부부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고 해요. 부부의 관계를 좌우하는 것은 그들이 '사랑해'와 같은 애정표현을 얼마나 하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대화패턴을 가지고 있느냐라고 하는데요.
즉, 대화의 내용보다는 대화 방식이 중요하다는 거죠. 하루 하루 대화방식이 쌓여서 그들 관계의 질을 결정할 수가 있어요. 가트먼 박사는 관계가 깨지고 파경에 이르는 부분의 4가지 대화 방식을 제시했는데요.
먼저, 경멸 - 상대방에 대한 경멸의 말투 : " 당신이나 잘해"
다음으로, 비판 - 상대방을 비난하기 : "당신이 문제야"
또, 자기방어 - 자신을 피해자로 느낄 때 : '나만 억울해'
마지막으로, 단절 - 대화를 하지 않을 때 : '내가 말을 말아야지'
상대방을 무시하고, 비난하며,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대화, 급기야는 대화를 단절시키려는 시도 모두 내가 하고 있었구나. 남편과 다시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문득 나의 감정을 되뇌어보았어요. 남편에 대한 얄미움, 짜증, 서운함을 내가 어떻게 전달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해봤죠. 남편도 한다고 하는 걸 텐데, 내가 말한 것이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었겠구나. 아니면 남편의 기분에 따라서 잔소리가 아닌 비난처럼 들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남편의 태도에 순간 내가 피해자가 된 기분이 들고, 자신을 방어했던 내 모습도 떠올랐어요. 결국 남편에게 대화를 하지 않기로 소심한 복수를 꿈꿨던 것도 내가 먼저 대화의 단절을 시도했다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지요.
누군가는 돌본다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부모 모두에게 상당한 희생이 필요해요. 때로는 나의 욕구보다는 아이의 욕구를 먼저 살펴야하는 일이 생기기에 그 과정에서 소진되기 쉬워요. 소진되고 난 이후부터는 상대방의 사소한 요구에도 짜증을 내거나 말이 곱게 나가지 않을 수 있고요. 생각해보니 힘들게 현실 육아를 하면서 동동 거리는 나는 남편에게 조금 더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마음은 아마 남편에게도 있었을 거 같더라고요. 최근에 승진도 하고, 힘들게 가족여행도 계획한 남편에게 나는 과연 따뜻한 말 한마디를 했는지 생각해봐요.
오늘은 점심으로 맛있는 거 먹고, 시원한 카라멜 마끼아또 한잔 마시고 내 마음 내가 잘 달래 보려고 해요. 점심 후에는 가볍게 산책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얼굴 하얀 멋진 남자가 나오는 드라마도 보려고요. 오랜 친구랑 수다도 떨고 말이에요. 사람들은 가벼운 기분 전환, 운동, 사회적 지지 등을 통해서 사람들의 소진을 극복하고 삶의 에너지를 빠르게 충전할 수 있어요. 이렇게 해서 내가 추슬러지면 남편과 가트먼이 이야기했던 '다가가는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해요.
가트먼 박사가 이야기했던 부부관계의 독이 되는 네가지 대화 방식을 남편과의 대화에서 없애보려고요. 대신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어땠으며 오늘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담담하게 내 감정을 전달해보려고 해요. 사실관계는 빼고 그냥 내 마음만 말해야죠. 그러면서 남편에게도 당신도 애쓰고 있다고, 우리가 처음 만난 20대를 넘어 40대에 진입한 지금에도 당신이 늘 나에게는 남편이자 친구라고 말해줘야겠어요. 우리의 관계는 로맨틱한 관계를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우정의 관계로 접어들었어요. 부모님을 제외하고, 나를 이렇게나 잘 알고, 나의 뾰족함에 부드럽게 응수하며, 나를 불쌍하게 여겨주는 사람이 있나 싶네요. 아직은 현실 육아에 지쳐있지만, 남편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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