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인데 : 사람들의 차이", "나와 너를 보는 평화로운 시선", "기질과 성격 이해"
요즘 젊은 청년들 사이에 MBTI검사가 유행이지요.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면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타인에게 호감을 얻기가 쉬워요. 자신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타인과의 적절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MBTI나 TCI(기질 및 성격검사) 같은 성격검사에 흥미를 갖게 해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개인주의보다는 가족중심의 집단주의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특성보다 집단 전체의 통일성을 강조하죠. 따라서 집단 전체가 동일한 행동양식, 사고체계, 감정체계를 가지고 집단의 수장에서부터 말단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길 요구해요. 이런 문화는 가족 응집력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가족의 일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되고 전체가 나서는 거죠.
하지만 가족중심의 집단주의문화에서는 각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요. "남들도 다 그래.", "남들은 열심히 하는데 너는 왜 안 해.", "그것도 못해서 어떻게 살려고 그래.". 물론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자극을 주어 격려하려는 의도로 이런 말을 했겠지만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듣는 사람에게는 '너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들려요. 성격과 기질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에 반기를 들지요.
사람의 성격(Personality)은 개인을 특정짓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특징이에요. 쉽게 말하면 어떤 상황에서 개인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습관적인 방식이요. MBTI에서는 성격을 사람의 타고난 경향성으로 설명해요. 선천적으로 대부분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봐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경향성을 가지고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어요. 타고난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말한다면 그것을 준 조상 탓 혹은 부모탓을 하는 게 더 맞겠죠.
하지만, 기질과 성격검사(Temperament Character Inventory)에서는 성격의 선천적인 측면을 '기질'로 보고, 그 기질을 가지고 성장하면서 형성된 지금의 나의 행동 특성을 '성격'이라는 용어로 표현해요. 상담시간에, 어떤 내담자는 저에게 "그건 내 성격이 그래서 그래요.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해요. 성격이 고정불변의 선천적인 것이라고 오해하는 거죠. MBTI성격유형을 운운하면서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사용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성격유형은 자신과 타인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함이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은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MBTI검사나 TCI검사를 보다 잘 사용할 수 있나요?
1. 성격유형론은 자기 이해와 자기 보완을 위해 써야 해요. 성격유형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 사용해야 해요. 그런데 자칫 잘못 사용하면, 사람을 정해준 유형으로 재단해서 너는 ISTJ니까 재미없는 아이야, 너는 ENTJ라서 나랑은 안 어울려. 저 사람이 나에게 화내는 것은 어떤 성격 때문이야로 해석하는 것은 성격유형을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은 성격유형에 속해 있더라도 그 세부적인 정도가 다 달라요.
또한 같은 유형이라도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이력과 환경, 경험이 전부 달라서 '무슨 유형이니까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후견편향'이라고 설명해요.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에 '나는 저렇게 될 줄 알았어'하는 식으로 마치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착각이에요.
성격유형은 내가 선호하는 경향에 반대되는 경향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과 치우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면 좋아요. 예를 들어 '나는 내향적이니까 남들 앞에서는 그냥 입 다물고 있을래'하기보다는 '나는 내향적이니까 남들과 할 말을 미리 생각해보고, 필요하면 메모도 해봐서 사람들과 같이 얘기해봐야겠다'하는 식으로 자신을 보완해 가면, 성격에 대해 잘 이해하는 거지요.
2. 성격은 바꿔야 해요. 앞서 설명했듯이 성격은 그 사람의 일관된 행동양식이에요. 하지만 기질과 다르게 성격은 후천적으로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돼요. 어린아이였을때는 귀엽고 이뻐 보이던 태도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유지된다면 어떨까요? 늘 부모에게 의지하고 전적으로 기대던 3-4살 아이처럼 20-30대의 성인이 아직도 모든 일에 의존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어떨까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사람의 환경에 맞게 성장하는 것을 '발달'이라고 해요. 유아적 성격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발달이 되지 못한, 어쩌면 나이는 먹지만 태도는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에 머무는 것과 같아요. 따라서 우리가 반복하는 감정, 사고, 행동의 양식은 경험이 쌓여가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되고, 발전해가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심리상담실에 오시는 분 중에 이렇게 발달되지 않은 성격의 문제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고 발달시켜나가는 것이 어렵다면 반드시 심리상담센터에서 전문가와 함께 하시기를 부탁드려요.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고 남들에게 사람받고 싶은 우리의 깊은 욕구는 나와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귀결돼요. 성격과 기질에 대한 바른 이해는 나와 남을 더 잘 이해하고, 적절한 행동양식을 찾아가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상담전문가와 함께 올바른 성격이해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왜곡된 성격 이해는 오히려 자신의 편견을 심화시켜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도 표면적이지도 않아요. 나와 남을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성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상담전문가와 함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