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공부에 관한 것이죠. 우리 아이는 왜 공부를 하지 않는 걸까? 부모가 잔소리 혹은 지시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할 수는 없는 걸까? 공부는 억지로 시키는 게 당연한 걸까?
생각해보면 어른인 우리들도 공부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자격증 시험 등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고 기출문제를 외우던 기억을 돌이켜보면 썩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이와는 반대로, 초콜릿을 먹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행위는 굳이 부모가 독려를 하지 않아도 자녀가 알아서 반복하고 자주 하려고 해요. 공부를 하는 행위와 초콜릿을 먹는 행위의 차이는 뭘까요?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특정한 행동을 덜 하거나 더 하게 되는 이유를 보상과 처벌에서 찾아요. 초콜릿을 먹는 행위는 그 자체로 보상 자극에 가까워요. 초콜릿을 먹는 것은 즐겁고 달콤하며 맛있죠. 그렇기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강화되고, 더 많이 찾아 먹게 되지요.
이에 반해, 공부라는 행위는 사실 그 자체로 처벌 자극에 가까워요. 공부를 했을 때, 즐겁거나 재미가 느껴지기보다는 힘들거나 지루한 느낌이 우선적으로 와 닿기 때문이지요. 특정 행동에 처벌 자극이 누적되면 될수록 그 행동은 소거되고 재차 할 가능성은 줄어들어요. 별도의 조치가 없으면 공부를 할수록 처벌 자극이 누적되고 결국 공부는 하지 않게 돼요. 공부가 하기 싫어지는 것은 게으르거나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는 거죠. 적어도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그러해요.
그렇기에 공부라는 행동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공부가 가진 본연의 처벌 자극을 넘어서는 충분한 질과 양의 보상 자극이 제공되어야 해요.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적절한 보상 자극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칭찬이 있어요.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면, 자녀에게 칭찬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외에도 용돈과 선물을 준다거나 안아준다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보상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논지의 집중을 위해 일단 칭찬에 대해서만 논해볼게요.
자녀들이 공부를 할 때 부모는 칭찬을 함으로써 공부라는 행동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어요. 더 열심히 하고 자주 할 수 있게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칭찬에는 요령이 몇 가지 필요해요. 의외로, 많은 부모님들이 범하는 실수가 한 가지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자녀들이 공부를 할 때는 칭찬을 하지 않고 시험 성적이 잘 나오면 칭찬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이 칭찬은 실제 공부를 한 시점으로부터 한참 지난 후에 이루어지는 보상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행동을 강화시키기 어려워요. 지연된 보상은 강화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법이니까요.
자녀가 공부를 좋아하고 자주 열심히 하기를 원하신다면,
공부를 하는 바로 그 시점에 칭찬을 해주어야 해요.
공부뿐만이 아니에요. 다른 여러 가지 긍정적 활동을 강화할 때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돼요. 예를 들어 여러분의 자녀가 설거지나 청소를 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느끼기에 자녀가 앞으로도 자주 그렇게 집안일을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칭찬을 해줘야 해요. 물론 한 번으로는 안 되고 여러 번 반복해야 하죠. 그렇게 반복해서 자녀의 마음속에 칭찬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족감, 성취감과 같은 보상 자극이 충분히 축적되면 자녀는 부모님이 원하는 바로 그 행동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어요.
"우리 OO 공부 참 열심히 하는구나."
"우리 OO이가 공부하는 거 보니까 엄마가 참 기분이 좋네."
"너무너무 믿음직스러워서 좋구나."
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있어요.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자극에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매일 먹으면 맛이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칭찬도 그렇죠. 매일 똑같이 칭찬을 하면 칭찬이 촉발하는 강화 효과는 점점 약해져요. 그래서 칭찬으로 인한 보상효과를 계속 유지하려면 약간의 요령이 필요해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는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 형성 이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스키너의 상자' 실험을 통해 증명된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에서, 가장 효율적인 강화는 변동비율을 통한 보상 즉 불규칙적인 보상 자극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요. 다시 말해, 자녀가 공부를 할 때마다 매번 똑같이 칭찬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드문드문 불규칙적으로 칭찬을 해줘야 공부라는 행동의 강화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거예요.
드문드문 불규칙적으로 칭찬을 한다는 말이 잘 이해가 안 가신다면 그냥 부모님이 칭찬을 하고 싶으실 때 아무 때나 하면 된다고 이해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칭찬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설명은 길었습니다만, 결론은 간단해요. 그냥 부모님들이 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칭찬을 하시면 돼요. 정말 우리 아이가 사랑스럽다 느껴질 때 열심히 공부하는 게 참 이쁘다 생각될 때 아무 때나 우리 아이 정말 착하구나 네가 참 자랑스럽구나 하고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말씀해주세요.
칭찬할 때 규칙? 일관성? 생각하지 마세요.
버릇 나빠지면 어떡하지? 그런 거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칭찬하고 싶을 때 칭찬해주세요.
칭찬은 그렇게 하는 거예요.
여러분의 자녀는 정말로 정말로 감동할 거예요.
그리고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칭찬해주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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