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랑과 자아도취의 차이, 나는 자기애적인 사람일까요?
" 나는 잘해보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사람들은 제가 자기 말만 한다고 하고.. 나와는 말이 잘 안 통한다고 해요."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회사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어요. A 씨는 상사는 늘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고, 후배들은 자신과 잘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느껴요. 가끔 친구들 모임에 나갔지만, 언제부턴가 친구가 A 씨가 늘 자기만 말하려고 한다고 충고하자 그 이후로는 친구들 모임에도 나가지 않아요.
사람들의 관계방식은 어디에서 배울까요? 사람들의 관계 방식은 엄마와의 초기 관계 방식에 그 뿌리를 둬요. 엄마의 뱃속과 갓난아기 때부터 엄마와 맺었던 관계 방식이 이후 유년기와 청소년기, 성인기를 지나면서 자신에게 굳어지죠. 프로이트 이후 많은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영유아기에 부모와 맺었던 관계 방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고 봐요.
심리학자 융은 갓난아이는 태어나면서 본연의 순수함과 창조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보아요. 하지만 이 본연의 순수성과 창조성은 부모의 가치관과 태도에 따라 수용받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해요. 순수한 아이 자체는 자신의 태도와 행동에 가치를 두지 않지만, 부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으로 아이의 행동을 재단해요.
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아이를 혼내고, 위협해요. 그러면 아이는 자신이 지닌 본연의 창조성을 잃고,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살게 되지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는 대인관계하는 방식의 틀이 만들어져요.
건강한 대인관계 방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잘 인식해요. 관계에서 때에 따라 적절하면서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해요. 그래서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기를 원하는지 알고 있어요. 관계에 있어서 책임감과 자율성을 갖지요. 이런 사람들은 갈등의 상황에서 다양한 대안이 있어요. 표출하거나 참거나, 화를 내거나 피하거나의 둘 중 하나라는 식의 경직된 대안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자율적인 대안을 생각해내지요.
건강하지 않은 대인관계 방식을 가진 사람은 남의 기대나 요구에 따라 움직여요.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의 기준이 남들의 반응에 있어요. 이러한 사람은 상대방의 반응에 쉽게 자극받죠. 그리고 관계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다른 사람의 탓이나 자신의 탓으로 돌려요. 관계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갖지 못해서예요. 무엇보다 갈등상황에 대한 대안이 없어서, 화를 내거나 참거나, 피하거나 공격하거나 같은 획일적이고 단순한 반응만 반복하게 돼요.
건강한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기애가 있어야 해요. 적절한 자기애는 부모의 반응에서 시작되지요. 부모가 아이를 보면서 늘 한결같은 애정과 안전함으로 대하면,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충분한 안전감과 만족감을 얻어요. 이 안전감의 바탕에서 아이가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무엇인가를 도전하면서 그 단계에 맞는 성공을 경험하면서 아이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요. 자신에 대한 자랑스러움은 부모의 반응에서 시작되어 아이의 내면에 자리 잡고, 건강한 자기애를 만들어줘요.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들은 관계에서 있어 앞서 말한 건강한 관계 방식을 반복하고, 자율적인 관계를 만들어가요. 반대로 아이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안전하지 않고, 부정적이라면 아이는 건강하지 않은 관계 방식을 발달시키게 돼요.
상담을 요청한 A씨의 경우 건강한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이에요.
자기 말만 하며,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에 매달리는 것은 부족한 자기애의 결과로 생긴 지나친 자기애적 태도예요.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오히려 열등감이 심해요. 다른 사람의 찬사, 칭찬, 인정이 있을 때만 자신이 의미 있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죠.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부모에게 자주 받았던 평가절하나 인정 결핍의 경험이 많아요. 이런 사람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상대방을 쉽게 이상화하거나 평가절하해요.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죠. 온통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에요.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을 칭찬해주고, 인정해줄 대상이 반드시 필요해요. 또 남을 사랑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사랑받으려고만 해요.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의 가장 큰 약점은 비판받는 거예요. 남들의 비판이나 반대 의견은 그의 수치심을 자극해요.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사랑에 서툴고 관계를 잘 못해요. 상대방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지나친 자기애로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볼까요? 이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받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공감받는 환경을 얻는 거예요. 하지만 새롭게 이러한 대상들과 관계 맺는 것이 쉽지 않아요. 이러한 따뜻한 환경은 오랜 시간의 신뢰와 헌신의 결과로 이루어지는데,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쉽게 상처 받고 관계를 끊어버리기 때문이에요.
상담현장에서도 지나친 자기애가 있으신 내담자들은 처음에는 상담을 좋아하다가, 상담자가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금세 화를 내고, 관계를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예민하고 연약한 내면을 가지고 있어서에요. 따뜻한 상담자와의 장기간의 상담 경험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받지 못했던 따뜻한 양육환경에서 비롯된 상처를 치료해줘요. 온전히 수용받고 자신을 이해하는 경험을 통해 이러한 내담자들은 조금씩 관계의 질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돼요.
건강한 관계의 시작은 건강한 자기애에서 시작돼요. 어린 시절의 부적절한 양육환경에서 오는 상처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관계 경험을 통해 개선돼요. 관계의 어려움을 겪으신다면 상담실의 문을 두드려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