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신했을 때 대기로 걸어두었던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 순번이 되어서 연락을 받았어요. '언젠가 연락이 오면 보내야지.'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가 막상 차례가 되니 바로 보내기가 염려가 돼요. 주변에서는 보내도 된다는 사람도 있고, 너무 어리니깐 의사표현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때 보내라는 말도 있어서 더 갈등이 돼요. 지금 이 시이에 아이를 보내도 되는 것인지 알고 싶어요.
최근 어린이집에서 연락을 받으셨다고요. 막상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때가 오면 여러 가지 걱정과 불안한 마음들이 생기는 것은 부모로서 자연스러운 일 일거라 생각해요. 태어난 월령에 따라 개별적인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보통 두 돌 전후 시기의 영아일 거라 생각이 드는데, 크게 아이의 입장과 부모의 입장으로 나눠서 어린이집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을 살펴보도록 해요.
먼저, 아이의 입장
1. 놀이터나 백화점 등 외부에 나갔을때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유난히 먼저 다가가거나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것은 부모가 아닌 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넓은 관계에서 더욱 다양한 자극을 원하는 아이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요. 집보다는 더 넓은 곳인 어린이집에서 친구, 선생님, 언니 오빠, 동생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원하는 거예요.
2. 발달이 빠르거나 느린 경우
어린이집은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습의 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발달 상 또래보다 유난히 발달 수준이 빠른 아이들일 경우 집에서 부모가 주는 상호작용과 자극만으로는 아동의 욕구나 흥미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어, 아이 입장에서는 일과가 지루할 가능성이 있지요.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친구들이 주는 다양한 자극을 통해 여러 자기 발달 욕구를 충족하고 에너지를 소진할 필요가 있어요.
반대로 느린 기질이거나 또래보다 언어발달 및 신체발달(대, 소근육 발달)이 느리다면 '천천히 키워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연령 및 발달과업에 맞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좋아요. 또래와 비교하여 우리 아이가 어느 정도 느린지 객관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발달에는 개인차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또래와 비교하여 6개월 이상 발달이 느리다면 이후의 발달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에게는 기관 생활을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해요.
다음으로, 부모의 입장
1. 부모의 신체와 정신적 건강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과거보다 현재에 첫 아이를 가지는 부모의 연령이 더 높아진 것이 사실이에요. 30~40대의 부모들을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20대의 부모에 비해 체력적으로 아이들의 에너지 수준을 따라가기가 상당히 벅차요. 부모의 체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외부의 다양한 자극(놀이터 가기, 키즈카페 가기, 바다 가기 등)을 주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져서 가정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수가 있어요. 부모가 곁에 끼고 있기보다는 이럴 경우는 어린이집을 잘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양한 자극을 받을 동안 부모는 자신의 체력을 관리하고 에너지를 충전하여 효율적으로 육아에 임하는 것도 현명한 부모의 모습이라 생각해요. 또한 출산 이후의 직접 경험하는 양육은 생각보다 기쁘지만은 않을 수 있어요. 뜻대로 되지 않은 육아로 인해 점점 자책하고 좌절감을 반복적으로 느끼기 쉬워요. 주변의 지지와 충분한 격려가 없다면 쉽게 우울감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만이 좋은 부모의 역할이 아님을 알고 심리적으로 취약해지기 전에 혹은 심리적으로 취약해져 있다면 부모의 마음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필요해요.
2. 아이를 키우는데 충분한 정보가 없는 경우
놀이터나 문화센터 등에서는 또래 부모와 지속된 유대를 쌓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물론 육아 카페나 SNS상에서도 다양한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지만 또래 부모와의 긴밀한 정보 교류나 내 아이에게 또래 만남을 지속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집의 같은 반 학부모와의 교류가 육아에 도움이 되기도 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초보 부모의 정보를 교류하고 육아를 알아가는 것도 부모로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3. 맞벌이인 경우
맞벌이인 부모는 전업 부모에 비해서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걱정을 하지만 부모가 평일에 열심히 일을 하는 동안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필요한 자극을 받으며 성장할 거예요. 다만 평일에 충분히 놀아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말마다 외부 활동을 하기보다는 가정에서 부모의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일과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라요. 아이도 일주일 동안 사회생활을 했으니 주말 동안에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생활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해요.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추가적인 기준으로 정하고 내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 여부를 고민해볼 수 있어요. '정답'과 같은 적절한 때는 사실 정해져 있지는 않고, 개인마다 차이가 분명 존재해요. 현재 아이의 발달 상태와 부모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잘 살펴보시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어린이집은 부모와 함께 팀을 이루어 아이들을 잘 성장시키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