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부의 사랑법 : 배우자가 원하는 사랑 표현하기
아내 : 임신하고 출산하고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남편은 전혀 안 도와줘요. 아무리 요구해도 남편은 내 말 안 들어주고 나만 독박 육아하느라 힘들어 죽겠어요. / 남편 : 아침 일찍 나가서 온종일 일하고 집에서는 쉬고 싶은데 계속 뭐라고 그래요. 나도 퇴근 후에는 아기 봐주는데 아내는 불만만 얘기해요.
아내는 온종일 육아와 가사를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주말에는 남편이 아이도 봐주고, 외식도 하고, 가족이 함께 야외에 놀러 갔으면 하고요. 하지만 남편은 주말 아침이 되었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잠만 자요. 아내는 외식도 하고 놀러 가려면 벌써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는데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화가 나요. 일부러 남편 옆에서 아이가 놀게 하고, 남편에게 왜 안 일어나냐고 짜증을 부려요. 아내의 성화에 남편이 일어나니 아내는 잔소리를 늘어놓아요. 남편도 따라 신경질을 내며 화를 내요. 아이는 울고, 집안 분위기는 냉랭해져 결국 오늘도 부부는 온종일 싸우느라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하루는 지나가지요.
도무지 끝나지 않은 의견 차이에 부부상담을 신청해요. 상담실에서 부부는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면서 서로를 비난해요. 그동안 부부가 서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상담자는 둘이 가정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먼저 인정해줘요.
부부상담을 신청하는 부부는 예외 없이 가족을 사랑해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부부는 상담을 신청하지 않아요. 법원으로 가서 해결하죠. 아내와 남편이 상담을 신청하고 상담실까지 오는 이유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적절하지 않아서에요.
사랑에도 방법이 있나요?
네. 있어요. 우리는 보통 자신이 알고 있는 표현 방법, 대화 방법, 갈등 해결 능력, 자신의 취향대로 상대방에게 사랑의 표현을 해요. 하지만 그런 표현이 모두 통하는 것은 아니죠. 우리의 사랑하는 방식이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되는 것도 많아요. 일례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해서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한다면, 공부하라는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잔소리라는 방법이 틀려서 자녀는 오히려 부모를 피하고 공부를 싫어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해요.
이처럼 사랑에도 방법이 있고, 이 방법은 남녀 차이, 성격 차이, 성장과정 차이, 사회경제적 차이, 의사소통방법 차이 등에 따라 달라져요. 부부상담은 이런 차이로 인해서 오해하는 부분을 발견하고 조정하는 과정이에요. 이런 차이는 사람마다 가족마다 다르겠죠.
이러한 차이 중에서 남녀가 인식하는 사랑 방식의 차이를 하나 소개할게요. 우리나라의 남성 문화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인정 욕구예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괜찮은 사람, 멋진 사람으로 보이는 인정 욕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특히 우리나라 남성들은 인정 욕구에 목말라 있는 것 같아요. 성장 과정에서부터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 온통 생존의 경쟁사회 속에 살면서 남자들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은 인정이에요.
특히,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형제, 친구들, 어른들에게 인정하는 말을 별로 경험하지 못했던 남자들은 무엇보다 인정받기를 원해요. 남성에게 인정은 곧 사랑이지요. 하지만 상담실에서 보아온 남성들은 대부분 아내에게 거의 인정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아내보다 더 아이와 잘 교감하고, 더 가사를 잘하고, 더 꼼꼼하고, 더 세심하지 못한 남편에게 아내는 늘 잔소리를 할 뿐, 남편이 하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아요. 인정받지 못한 남편은 화나 있고, 삐쳐있고, 억울하고, 소외되어 있어요.
우리나라 여성문화에서는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여성들이 모여있을 때 온갖 이야기가 오갈 수 있어요. 이때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경청해주고, 지지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은 나의 친구이고, 그렇지 않으면 점점 관계가 소원해져요. 경청하고, 지지하고 공감한다고 그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여성들은 누군가 나의 편이 되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의존 욕구(이것 또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입니다)가 충족되고, 이것이 충족되면 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을 얻어요.
여성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감받는 경험이에요. 육아의 힘듦, 가사의 힘듦, 시댁과의 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힘듦, 시시콜콜한 모든 것을 함께 공감받고 이해받는 것처럼 사랑받는다 느끼는 것은 없어요. 결혼 전에는 그렇게 자신의 말에 반응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던 사람이 결혼 후에는 점점 말하기 싫어하고, 듣기 싫어하고, 화를 내요. 공감의 반응을 받지 못한 아내는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껴서 화나고, 서운하고, 우울하고, 버려진 것 같아요.
서로의 사랑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쌓여요. 아내가 남편의 공감을 바라고 자신의 힘듦을 얘기하지만, 남편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비난으로 여겨져요. 아내의 공감받으려는 의도는 남편에게 '비난'이 되고, 공격받은 남편은 방어적으로 아내에게 대하면서 2차 공격을 막으려 해요. 부부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노력은 어느새 사라지고, 부부의 눈에는 서로를 공격하는 상대방만 보이게 되는 거죠.
상담실에서 부부들이 원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해요. 바로 따뜻한 말과 태도예요.
아내는 말에 '그렇구나. 힘들었겠다'하는 말과 경청하는 태도, 남편의 모습을 보며 '수고했어, 잘했어, 고마워'하는 아내의 인정하는 말과 태도가 중요해요. 여기에 단지 말뿐이 아니라, 서로의 눈을 보면서 따뜻한 표정과 끄덕임, 호응하는 '아, 와, 아이코~'같은 소리가 더하여지고, 낮은 목소리 톤과 차분한 음색까지 더해지면 상대방이 나를 공감해주고 인정해준다는 것이 저절로 느껴져요. 그럴 때 부부는 사랑받고 사랑한다 느껴지게 돼요.
부부의 문제는 논리의 싸움으로 가면 끝이 없어요. 싸움을 멈추려면 '감동'을 해야 해요. 느껴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죠. 부부가 올바른 사랑법을 배워서 실천하면 가족에는 따뜻한 사랑이 넘치게 돼요. 사랑하는 가족의 출발점은 언제나 부부의 사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