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소가 만났다. 너무나도 다른 서로를 보며 이 둘은 이상하게 끌리게 된다. 사자는 소의 얌전하고 차분한 모습이 좋았고, 소는 사자의 늠름하고 용맹한 모습이 좋았다. 이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 후 사자는 밤마다 사냥을 나가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고깃덩이를 물고 새벽에 집에 들어왔다. 사자는 사랑하는 소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이 좋다. 소는 피로 흥건한 사자의 몰골이 다소 섬뜩하지만 사자의 기분 좋은 표정을 보자 뭐라 말하지 못하고 고맙다며 고기를 받는다. 사자가 밤새 사냥으로 지쳐 잠든 사이에 소는 들판에 나가 신선한 풀들을 뜯어다가 샐러드를 만든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가 맛있게 먹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오후 늦게 일어난 사자는 샐러드를 보면서 '도대체 이게 뭐지? 이걸 먹으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즐겁게 웃고 있는 소를 보며 그냥 먹기로 한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였기에. 하루 이틀 이런 생활이 반복되자, 소와 사자는 서로 굶주림에 지쳐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자 둘은 결국 다투게 되었다. "어떻게 내가 수고해서 가져온 고기들을 거들떠도 안 볼 수 있냐", "어떻게 피가 뚝뚝 흐르는 그런 고기를 먹을 수 있냐" 둘은 서로를 비난하고 원망한다.
상담실에서 보는 부부의 모습은 소와 사자 같아요. 부부는 수많은 다른 점을 가지고 있어요. 남녀 차이, 성격차이, 원가족 규칙 차이, 가치관 차이, 문화 차이, 생활방식 차이, 인식의 차이, 기질 차이, 행동방식 차이, 힘의 차이 등등 수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한 가족을이루는 게 결혼이에요.
상담실에서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이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요. 상대방과 나와의 차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부부는 나와 다른 인식, 감정, 행동을 보이는 상대방을 틀렸다고 말하고, 비난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분해해요. 하지만 조금 객관적으로 보면 이렇게 다른 부부가 한 마음을 품는 것이 더 이상해요.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게 잘 사는 부부도 있고, 세상에 이런 원수가 없다며 눈만 뜨면 싸움으로 일관하는 부부도 있어요. 그렇다면 행복한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건 부부가 서로의 다름을 얼마나 잘 인정하고 이용하느냐에 달려있어요. 다름을 인정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다름을 이용한다고?
그래요. 좋은 부부는 서로의 다름을 잘 이용하는 부부예요.
서로의 다름을 잘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대화예요. 상담실에 오는 대부분의 부부는 서로의 차이 때문에 오는 게 아니라, 대화의 기술이 없어서 와요. 대화는 기술인데, 좋은 대화 기술을 배우지 못하니 좋은 대화가 오가지 못해요. 좋은 대화가 오가지 못하니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기보다는 혼자서 오해하고 서운하고 화를 내지요. 반대로 깨가 쏟아지는 좋은 부부는 대화의 기술이 뛰어나요. 서로의 말을 경청해주고, 인정해주고,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요. 상대방의 감정을 잘 알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게 되는 부부는 서로의 차이가 더 아름답게 보여요.
부부상담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에요. 동시에 부부상담은 부부간 대화의 기술을 높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살면서 부부가 만나게 되는 문제는 끊임없어요. 사실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한 사람의 지혜와 의지만으로는 버거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지혜와 의지가 합해지면 어떤 문제도 이겨나갈 수 있어요. 가족의 문제를 남편이나 아내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부부가 함께, 가족이 함께 문제를 풀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해요. 힘을 합치고 싶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부부나 가족들은 상담실에 문을 두드려보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