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요? 어렵게 가진 아이라 너무 소중했지만 임신 기간 내내 몸이 너무 힘들었고, 우울감이 좀 있긴 했어요. 출산 후, 저에게 너무 소중한 아이였지만 모성애가 막 샘솟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집에서 아이 육아를 시작하는데, 아이는 잘 먹지도 않고, 잘 자지도 않고 계속 울기만 했어요. 처음에는 아이가 안타깝고 어디가 아픈가? 걱정이 되더니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걱정보단 짜증이 많이 나기 시작했어요. '왜 내 아이는 잘 자지도 못 자고 이러나?',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나?'라는 생각에 원망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내 아이가 미운 마음도 들기 시작했죠. 이후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금방 화가 폭발하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칭얼대고 잠을 잘 못 자면 폭발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소리 지르거나 엉덩이를 세게 때리기도 했어요. 이 상황이 너무 힘들고 죄책감도 들어 너무 힘이 들어요. 요새 우는 아이를 혼자 두고 화장실에 가서 혼자 큰소리로 울기도 했고요. 전 부모 될 자격이 없는 걸까요? 자꾸 변해가는 제가 무서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갓 태어난 우리 아이는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하긴 하나 특정한 의도가 있진 않아요. 단지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어서 불편하거나 졸리거나 하는 등의 단순한 욕구와 관련이 있어요. 가끔 아이가 많이 아파서 울기도 해요. 단, 아이의 타고난 기질 등에 따라서 먹는 양에 차이가 있고, 울음의 지속시간 및 수면시간에는 차이가 있을 순 있어요.
아이가 울음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에요. 그러나 그 울음소리가 부모에게 어떻게 들리고 받아들이게 되는가는 부모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혹시 우리 어머니 산전 산후 우울감이 있진 않으신가요?
출산 전 또는 출산 후에 많은 여성분들이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경험하게 돼요. 증상으로는 주로 우울, 짜증, 눈물, 불안 및 기분 변화(기복)등이 있어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으며, 기분변화와 함께 생각의 변화가 같이 찾아올 수 있어요. 이때 드는 생각으로는 내가 엄마 됨이 부족한가? 모성애가 부족한가?부터 시작해서 심하면 난 엄마 될 자격이 없다!라는 죄책감까지 다양하게 들 수 있죠.
보통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까지 가요. 예를 들어 연애할 때 생각을 해보면 남자 친구가 연락이 없으면 처음에는 '무슨 일이 생겼나?'라고 걱정을 하다가 중간에는 '혹시 나한테 서운한 게 있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엔 헤어짐을 준비하는 여자 친구의 마음처럼 산후 우울증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극단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해요.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온전히 책임지고 돌본다는 것
다양한 분만의 방법을 거쳐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바로 육아전쟁에 나가게 되는 우리 엄마들. 거기다가 잘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등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안 된 상태에서 엄마의 도움을 온전히 필요로 하는 한 생명을 책임지고 돌본다는 것은 매우 대단하면서도 힘든 일이에요. 여기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엄마한테는 극기 훈련보다 더 심한 극한 경험이 되겠죠. 이 극한 경험의 결과는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아요.
*부모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
먼저, 아이와 분리하여 오직 나만 위한 시간을 갖기.
이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포인트예요. 그러나 갓난아이를 두고 엄마가 나가는 것에 대해 엄마는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처음에는 아이 아빠와 갓난쟁이만 두고 잠시 외출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외출하러 문밖에 나가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고, 밖에 나가서도 혹시 아이가 울진 않는지 한동안 대문 밖에서 집안의 소리를 듣기도 해요. 처음에는 막상 혼자 밖에 나온 미안함이 커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곤 해요. 그렇지만 그 미안함이 오히려 아이를 육아하는 데는 더 도움이 돼요.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 충전이 된 부분과 아이에게 가진 미안함으로 오히려 아이와 있을 때 에너지를 더 집중하게 되고, 질적으로 확실히 좋아짐을 느낀다고 해요.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나만을 위해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건 매우 필요해요.
다음으로, 주변에 적극적인 도움을 청하기.
남편(또는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이 있을 수 있지만 믿고 맡겨보시면 좋아요. 내가 아니어도 우리 아이를 잘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세요. 주변에 부모님들이 있으면 도움을 청해봐도 좋고, 육아지원센터에 시간제로 아이를 맡기는 것도 추천할만한 방법이에요.
또, 햇빛을 주기적으로 보거나 운동하기.
보통 햇빛을 주기적으로 쐬는 것과 적정한 운동은 우울증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혼자 나가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유모차나 아기띠라도 하고 나가시는 걸 권유해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나만의 시간과 휴식을 가졌음에도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고, 우울감이 지속되면 전문가를 찾아가기.
여러 방법을 통해도 이 우울감이 나아지지 않고, 이미 내가 조정할 수 없는 수준의 우울감이 생겼다면 상담을 받아보거나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할만해요.

부모님께 드리는 글
내가 엄마니깐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지 참을 수 있다! 내 아이는 나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생각들은 엄마들을 병들게 해요. 육아는 장기전이고, 에너지를 아끼면서 골고루 분배하지 못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내 아이를 돌보는 것만큼이나 엄마인 나 스스로를 함께 돌보고,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어요. 물론 이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심리전문가도 균형이 무너질 때가 많아서 힘들 때가 많고 한계를 느끼지만 '새로운 날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리셋한다.'라는 다짐으로 마음을 다잡는다고 해요. 새로운 날이 밝으면 다시 새로운 육아를 시작하는 거죠. 설령 하루를 아이한테 화를 내고 육아를 잘하지 못했더라도 아이한테 미안했던 거 잘해주지 못했던 것을 곱씹는 것이 엄마의 자연스러운 과정이긴 하나 곱씹을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적인 영향이 아이에게 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면 좋아요. 매일매일은 새로운 날이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육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