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연애가 힘든 나는 왜 이럴까요?
안정적이고 친밀한 관계 능력은 애착 관계에서 시작된다
결혼을 앞두고 남자 친구와의 갈등이 깊어지는 A 씨, 처음 남자 친구를 봤을 때 그는 한없이 친절했어요. 그는 내 이야기에 호응도 잘해주고 나를 좋아하는 티가 팍팍 났죠. A 씨는 처음 해보는 연애가 마냥 좋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남자 친구와 사소한 일로 싸우는 일이 잦아졌고, 결혼을 준비하면서는 거의 매일 싸우고 있어요. 자신이 화내는 횟수도 잦아졌지만, 남자 친구의 화내는 정도도 점점 세지고 거칠어졌어요.
싸움이 반복될수록 남자 친구는 A 씨의 태도를 문제 삼았고, 매번 '네가 이상해. 너는 피해의식 있어'하는 식으로 A 씨를 비난했어요. A 씨는 그런 남자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화를 냈지만, 시간이 지나서 남자 친구가 계속 문자 폭탄을 보내고, 전화 폭탄을 보내면 마지못해 다시 통화를 하다가 서로 잘못했다는 식으로 풀어버려요. 한 번은 남자 친구가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기에, A 씨는 집으로 가려고 일어났어요. 남자 친구는 A 씨를 쫓아오면서 계속 못 가게 막았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겨우 벗어난 A 씨는 관계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 다시 집 앞으로 찾아와 잘못했다고 사과하니 A 씨는 또 용서하였어요. 이런 얘기를 친구들과 하다 보면 친구들은 그 남자와 헤어지라고 말하지만, A 씨는 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그래도 계속 사과하는데 어떻게 헤어지냐고 스스로 마음을 다 잡아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 사람들은 누구나 그럴 수 있어, 결혼 준비할 때 다 싸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지금부터 그러면 결혼해서는 더 한다, 헤어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사회적인 관계에서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수준이고, 어디서부터가 허용되지 않는 수준인지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사회화 과정 즉 성장하면서 소속된 집단과 사회 속에서 규칙과 관계를 배워요. 그래서 일반적인 관계에서의 허용되는 수준과 허용되지 않는 수준은 그 사람이 거친 사회화 과정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요.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는지에 따라서 적절함의 범위가 결정돼요.
하지만 보다 친밀한 관계 즉 깊은 친밀감으로 연결되는 친구나 애인과 같은 관계는 일반적인 사회 집단에서의 관계 규칙과는 조금 다른 측면으로 진행돼요. 우리 관계는 남들보다는 훨씬 독점적이고 친밀한 관계니까 남들보다 더 허용적이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요.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 생기는 이 독점적인 친밀감은 일반적인 사회화 과정보다 훨씬 뿌리 깊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요.
연인관계의 친밀감은 부모-자녀의 친밀감에 그 뿌리가 있어요. 보울비라는 심리학자는 이것을 애착이라고 불러요. 엄마와 갓난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독점적인 친밀관계예요.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 끌리는 상대를 보면, 왠지 친숙하고 편안함을 느껴요. 그 친숙함은 엄마 아빠가 나를 잘 대해줄 때의 친숙함과 비슷해요. 또 상대방의 어떤 모난 행동이나 태도 역시 친숙해요. 그 역시 애착 대상이었던 엄마 아빠의 태도와 닮아있어요. 상담을 통해 A 씨의 부모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 뜻대로 안 되면 A 씨를 비난하고, 화내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엄마의 태도와 닮았어요.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그 남자가 과도하고 이상하다고 얘기해도 A 씨는 그 태도가 '다 날 사랑해서 그런 거야'라고 생각돼요. 남자 친구가 보여주는 태도는 A 씨에게 익숙한 엄마의 생각과 가치관과 태도와 유사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A 씨는 상담받으면서 자신의 엄마가 자신에게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자기 뜻대로 통제하며, 집착적이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상담을 하기 전에는 우리 엄마가 다른 엄마들보다 나에게 좀 애정이 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상담하면서 남자 친구의 태도나 엄마의 태도가 성격장애 수준의 심각한 대인관계를 지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A 씨에게 이것은 너무나 충격이었어요. 자신이 당연시했던 엄마의 태도나 남자 친구의 태도 모두 그럴 수 있는 태도가 아니라, 잘못된 태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예요.
자신이 애인에게 어떤 취급을 받고 있고, 자신이나 애인이 하는 생각이나 태도가 상식적이고 적절한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특정한 가치관과 정체성과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 즉 우리의 부모님이나 우리가 속해있던 가족 문화를 비판 없이 수용해왔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하면 길들여진 거예요. 우리가 속한 가족의 독특한 사고와 정서와 신념은 우리 가족에게는 당연시됐지만 사실은 적절하지 않은 것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좋은 애인이나 부부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과 태도를 다양한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점검해보아야 해요. 특히 연인과의 불편한 관계가 반복되거나 우리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 갈등이 많다면 더욱 그런데요, 일반적인 사회 상황 즉 친구나 직장에서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부모나 애인 관계에서 유독 어려움을 겪는다면 반드시 자신과 타인을 점검해보시기를 추천해드려요.
우리의 중요한 사회적 영역인 부모, 친구, 직장, 애인의 네 영역 중 하나라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우리는 공허감과 외로움, 우울감에 빠져요.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관계는 그냥 형성되지 않아요. 적절한 관계 능력과 사회성이 있어야 좋은 관계가 이루어져요. 네 영역 중 반복되는 어려움을 느끼신다면 심리상담으로 자신을 점검해보시기 바라요.